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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방

초 겨울의 수종사

by 마이욜 2005. 12. 7.

초겨울 수종사(水鐘寺)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다산의 옛 생가에서 가장 가까운 절로 수종사가 유명합니다. 

어린 시절에서 노경에 이르기까지 틈이 나면 찾아가서 즐겼던 곳이 수종사여서, 

다산의 시에는 수종사가 자주 등장하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이 거론됩니다. 

“수종산은 옛날에 나의 정원으로 여겼기에, 생각만 나면 훌쩍 가서 절 문에 당도했네”

(水鍾山昔作吾園 意到翩然卽寺門)라는 시구에서 알 수 있듯, 

다산이 자기 집안의 정원으로 여길 만큼 가깝게 여기던 곳이 수종사였습니다.

그런 수종사였건만 나이가 많아 산에 올라갈 수 없는 형편에 이르자, 

그 안타까움을 시로 읊었습니다.

          수종산의 저녁 빛은 찡그린 얼굴 모습
          눈꽃 핀 나무와 얼음 샘이 초조하게 사람 기다리네.
          고갯마루에 까마귀 날자 그때야 말채찍 가다듬고
          역사(驛舍)에 닭 울자 벌써 수레바퀴 기름치네.
          북쪽 산굽이 일천 자락을 붙잡고 올라
          동쪽 봉우리 만가마 티끌 깨끗이 씻고 싶어라.
          이러한 풍류놀이에 뒤따르기 어려워
          백발의 노인 시 읊으며 바라보니 마음만 아프네.
          水鍾山色暮如顰 雪樹氷泉悄待人
          嶺路鴉翻初振策 驛亭鷄唱已膏輪
          思攀北崦千回磴 淨洗東華萬斛塵
          如此風流難附尾 白頭吟望黯傷神

당시 다산의 나이는 70세였습니다. 정조대왕의 외동사위이며 39세이던 해거도위(海居都尉)

 홍현주(洪顯周)가 친구들과 함께 그를 찾아와 운길산의 수종사에 오르자고 했으나

 함께 가지 못하는 늙은이의 서러움을 노래한 시입니다. 

시의 제목은 “임금의 사위께서 수종사로 놀러가자 했으나 내가 늙어서 따라가지 못함

(都尉將游水鍾寺 余老不能從)”이라 했습니다.

18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수백 권의 저서를 안고 고향에 돌아온 다산은 

비록 복권되지 않아 벼슬길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학문과 인품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당대의 명사들이 두릉(杜陵)까지 자주 찾아왔습니다. 

인생과 학문을 논하고 역사와 세상을 논하며 시를 읊고 술을 마시며 노년의 삶을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많아 산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그 심정을 읊은 시는 모두를 슬프게 합니다.

                                                                                박석무 드림

 매일 아침 한편의 글을 다산 연구소로부터 받는다.

 내가 존경하고 그의 삶의 자세를 감히 닮아 보려고 즐겨 읽는 글이다.

 오늘 그가 나이 들어 수종사에 오르지 못함을 한탄한 시를 읽고

 다시금 초 겨울의 수종사엘 들러 보고 싶은 생각에 눈 내린 수종사 사진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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