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을 맛 본 부산 나들이
러시아를 함께 다녀 온 부산 K사장의 초대를 문자로 받은 나는
아무런 일정의 의논도 없이 단지 서울역 KTX 대합실에서 오후에 출발한다는 전갈만 믿고,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 해 보니 그 때의 반가운 얼굴들이 모두 모여 인사들 하기에 바쁘다.
일단 쾌적한 기차안은 우리 일행을 빼곤 다른 승객은 하나도 없어
마치 전세를 낸 양 그 간의 얘기들로 꽃을 피우며 부산으로 향했다.
세시간 후 역 바깥으로 나오니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의 젊은 직원이 우릴 반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건 순전히 우리들의 안목을 익히 알기 때문에 한 배려라고 ㅋㅋ)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20여분 타고 가 내려 준 곳은 바로 수영강변의 전망이 툭 트인 건물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 가니 환영하는 글 귀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동창들의 모임 주선을 책임있게 주선하는 권 교수(자칭 머슴)를 추종하는 우리들 !!! ㅎㅎ
건물 중앙엔 우리의 전통 가옥에서 볼 수 있는 중정을 끌여 들여 잔디로 빈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1층 휴게실엔 부산에 딱 어울리는 그림이 걸려 있고 (갈매기가 나르고 있는 안개낀 바다)
회의실로 쓰이는 이 곳은 2층의 건물 브릿지로 단지 통로로서뿐 아니라 공간의 쓰임새를 극대화 시키고
계단 하나도 난간을 보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설계 돼 있다.
마당엔 살아서도 백년 죽어서도 백년이라는 나무가 !
옥상까지 건물 구경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전망 좋은방으로 안내 된 우리에게 나온 음료는
오늘의 컨셉인 "봄의 길목에서" 바로 매화차다.
식탁에 매화가지까지 가져다 연출을 해 놓으신 요리사는
범어사 근처에서 작은 음식점을 하신다는 나이 지긋하신 분.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직접 음식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이며
음식 하나 하나에 정성을 기울여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셨다는데...
겨울 동안 잃은 기를 보양하라고 인삼을 넣은 전복죽, 방짜 그릇엔 무밥.그리고 된장국
나중엔 이것 저것 욕심 껏 다 맛 보고 싶어 마구잡이로 담아 온
오미자물로 키운 무순, 노릇 노릇 튀긴 더덕, 파래전에 은행 , 알맞게 숙성된 홍어찜,
밤채와 무우채를 곁들인 전복, 솔잎가루를 묻힌 찰떡, 대나무 두쪽을 묶어 쪄낸 약식에
연근과 단호박 찜등 웰빙 음식의 집대성이었다.
음식뿐 아니라 도자기 그릇 하나 하나까지도 여러 작가의 작품으로 정성을 들였다는 설명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우아하고도 멋진 저녁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즐기다 늦은 시간
자리를 털고 일어 나 간 곳은 달맞이 고개에 있는 멋진 노래방.
서울서도 몇 번 가 보진 못했지만 이 곳 노래방은 한결 더 업그레이드 된듯
노래방 같지가 않고 근사한 레스트랑 같은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우리를 초대해주신 분은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듯 반은 망가지고 있었고..
우습긴 하고 서로 얼굴에 주름은 안 지려고 노력들을 하면서 ...
그렇게 일행들이 한곡씩만 불렀는데도 정해진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우리의 숙소는 근사한 해운대의 호텔로.
짐을 풀고 나와 해운대의 밤 바다를 거닐며 겨울 바다의 파도 소리와 더불어
우리의 얘기는 끝이 없었다.